‘반도체 질환’은 어떻게 삼성으로 ‘수입’됐나- 中
‘반도체 질환’은 어떻게 삼성으로 ‘수입’됐나- 中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8.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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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에서 발병한

"병X들이 여기는 왜 왔어 돈 뜯어내려고 왔냐" 지난 7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결심공판이 있던 날,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39)씨는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가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이들이 한씨에게 욕설과 함께 모욕감을 안겼다. 1995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05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두 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말은 어울해졌고 몸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그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욕설과 소란이 계속되자 한씨는 결국 어머니가 끄는 휠체어에 실려 법원을 나와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씨, 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나왔을까.

삼성은 지난 2015년부터 반도체 질환자 160여명의 개별 보상 신청을 받아 현재까지 12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모임의 한축인 ‘반올림’은 삼성이 구체적인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하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재발방지대책을 이행하기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유력경제 매체중 하나인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호에서 미국이 반도체 독성물질 문제가 불거지자 반도체 생산을 한국 등 아시아국가로 ‘아웃소싱’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애초에 미국에서 발병한 ‘반도체 질환’이 어떻게 한국으로 ‘수입’돼 한씨 같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게 됐는지 심층분석한 기사다. ‘코리아IT타임즈’는 블룸버그의 기사를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한 여성 노동자의 삶은 그린 영화

김 박사는 전세계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건강 관련 논문을 수집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반도체산업이 대단히 중요함에도 노동자들은 그때까지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 박사가 찾아낸 2010년까지 발표된 논문 40편에는 거의 모두 독성 화학물질에의 노출이 언급돼 있었다. “이것이 전자산업이 아니라 화학산업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김 박사는 말한다.

마이크로칩을 고안하는 일은 물리학이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일은 대부분 화학과 관련 있다. 화학약품과 빛이 결합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린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인텔 창업자이자 1960년에 최신 실리콘칩을 창안한 고든 무어는 화학자다.

그는 물리학자 제이 라스트(Jay Last)와 함께 회로 인화과정에 매우 공을 들였다. 화학유산재단의 구술역사 프로젝트를 위해 무어와 함께 참여한 라스트는 인터뷰에서 “공장 생산 과정에서 우리는 정말 끔찍한 화학약품을 많이 투입했다”면서 “얼마나 많은지 알지도 못한 채 마구 하수도에 엄청나게 쏟아 버렸다”고 했다.

무어는 또, 몇 년 뒤에 인부들이 인텔 공장 아래 하수관을 파냈을 때 “길 아래 바닥 전체가 완전히 썩어 있었다. 이 약품들을 정말 조심해 다뤄야 한다고 깨닫기 시작한 게 바로 그때였다”고 회상했다.

당국은 결국 실리콘 밸리의 심장인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유해폐기물지역에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공해방지 자금을 배정했다. 김 박사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진 인화과정에 쓰이는 감광액(포토리지스트photoresist)이라는 이름의 위험한 화학 혼합물 하나를 알게 됐다.

반도체 제조에서 빛을 이용해 원판 표면에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광학 공정에도 사용되는 액체 혼합물이다.

무어와 라스트는 인터뷰에서 1960년대에는 그들이 사용하던 화학약품의 위험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암시했다.

그러나 사진에서 쓰는 감광액 성분의 위험에 관한 연구는 이미 1930년대에도 있었다. 에틸렌글리콜에테르(ethylene glycol ethers) 또는 EGEs로 불리는 독성물질인데, 반도체 생산에서 세정제(스트리퍼)로 알려진 솔벤트 혼합물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회로를 그리는 동안 세정제로 반도체를 씻어낸다.

김 박사는 패스티즈 교수가 DEC 연구에서 IBM을 조사했던 존스홉킨스대 연구팀과 똑같은 화학물질을 지적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IBM 연구에서는 특히 EGEs로 작업하는 여성들에게서 자연유산율이 3배에 달했다. 다른 연구들도 EGEs가 마치 물이 그물을 통과하듯 쉽게 고무장갑에 침투하며, 피부를 통한 흡수는 가장 위험한 경로로서 안전 추정치의 500~800배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위험은 극명해서 1993년 미국 연방 직업안전·보건국(U.S.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은 EGEs에의 노출 허용치를 낮춰 실질적으로는 완전 금지하는 수준으로 공표했다.

반도체 공장 사례 연구를 하면서 김 박사는 패스티즈 연구뿐 아니라 이후 발표된 다른 연구들을 섭렵하게 됐다. 과거 생식보건 연구들은 미세전자 제조업이 남성 노동자 자녀들의 치명적 기형, 여성 노동자 불임, 장기 생리주기 그리고 자녀들의 소아암, 등과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발표된 거의 모든 논문들에는 비슷한 구절이 등장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1990년대 중반 EGEs의 단계적 퇴출을 선언하며 생식보건 우려의 종말을 알렸다는 것이었다.

IBM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EGGs 사용을 금지했다고 공표했을 뿐 아니라 이 화학물질들은 국제표준에서 생식 독성인 카테고리 1에 분류됐다. 게다가 유럽 규제기관들은 고위험성 물질(SVHC: Substances of Very High Concern)로 지정해 제 1급 독성 화학물질 목록에 올린다고 과학계에 통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 박사를 괴롭히는 사실이 남았다. 연구의 초점집단(포커스 그룹)인 반도체 공장 생산직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여러 달, 심하면 1년 동안 월경을 거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이었다(그 여성들 가운데는 생식계 이상일지도 모르는 이 불길한 현상을 경고가 아니라 월경을 안 해 편하다며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미세전자산업 생산직은 거의 모두 여성으로 12만명이 넘었고 대부분 가임기 젊은이였다. 기업들은 직접 고등학교로 직원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김 박사 연구팀은 생식보건 관련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어려움에 부딪혔다. 패스티즈를 비롯한 미국 연구자들에게는 적어도 눈에 보이게 그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없었던 것이다.

2013년 김 박사 연구팀은 국회의원을 설득했다. 그를 통해 받은 ‘2008~2012년 건강보험 가입자 규모와 진료비 청구 자료’ 가운데 2012년 1년 동안 3대 전자회사(삼성, SK 하이닉스, LG)에서 일한 가임기 여성들을 분석했다.

그 가운데 이 연구의 대상은 주로 삼성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이었다. 연구팀은 연간 평균 3만8,000명의 자료를 받아 자연유산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들의 기록을 살펴봤다.

결과는 너무도 명백했고 김 박사는 약 30년 전 패스티즈 박사가 그랬듯 충격을 받았다. 여성들의 자연유산율이 크게 증가했고 그 가운데 30대 여성들의 발병률은 미국의 수치와 거의 같았다.

게다가 이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됐다. 유산돼도 병원에 가지 않은 여성이 많았고 이 조사에서는 사무직과 생산직을 분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연구를 발표한 지면에서 김 박사팀은 ‘EGGs는 업계에서 단계적으로 퇴출되었다’는 이전 연구의 주문(呪文)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결론에서는 이 말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울타리를 쳤다. 또한 공장에서 쓰이는 생식독성물질과 이온화방사선 등의 환경위험물질 목록을 붙이고 경고성 문구로 논문을 끝맺었다. “이것은 한국의 3대 기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따라서 한국의 영세기업 또는 개발도상국 공장의 노동자들은 그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씨의 인터뷰가

1990년대 미국에서 항의를 받은 이후 화학기업들은 감광액과 타사에서 공급 받는 제품에 대한 규정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거기에는 아시아 제품도 포함됐다. 그러나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loomberg Businessweek)’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그런 변화의 속도는 느렸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09년 한국 과학자들은 삼성과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쓰는 감광액 10통에서 무작위로 샘플을 검사했다.

당시 삼성 여직원의 사망 원인인 백혈병에 관심이 집중됐고, 이 질병과 관련해 검증된 독성물질이 함유된 것은 감광액뿐이었기 때문이다.

독성 물질중 하나는 희귀 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벤젠이었고 다른 하나는 EGEs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2-메톡시에탄올(2-Methoxyethanol)로 2-ME로도 불린다. 검사결과 10개 가운데 6개에서 2-ME가 검출됐다. 가장 농도가 높은 2개 샘플 중 하나는 SK하이닉스, 다른 하나는 삼성에서 추출된 것이었다.

검사자들은 화학약품을 만들어 검증된 통에 넣어 판매한 회사 이름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제품 번호를 기록했다. 이 번호를 특허 자료와 맞춰보면 2-ME 농도가 가장 높은 두 감광액은 모두 일본 신에츠 화학사 제품이었다.

신에츠는 연간 회계보고서에서 “시장 3분의 1을 점유한 세계 주도 감광액 제조사”라고 쓰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전역의 반도체 업체에서 2-ME 노출 위험이 제기된다. 타이완의 톱코 사이언티픽(Topco Scientific)사는 타이완과 중국에 신에츠 제품을 독점 공급했고, 주식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최고 수익원이 감광액이다.

톱코사의 감광액 해외 판매 담당 임원은 고농도 2-ME 가 함유된 특수 제품이 몇 년 동안 타이완과 중국에 판매돼 왔다고 확인했다.

미국 기업은 노동자들의 독성물질 노출을 외국 여성노동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떠넘겼다

신에츠 관계자 데츠야 고이시가와Tetsuya Koishikawa는 처음에는 자사 제품의 화학성분이나 고객사의 공장 내 생식보건 문제에 관한 논의를 거절했다. 계속 이메일을 보내자 그는 신에츠화학은 감광액에 2-ME를 결코 쓰지 않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2015년 한국 과학자들은 이전의 감광액 테스트를 속개하면서 반도체 업체를 7개로 늘려 샘플을 무작위로 뽑아내 연구를 확장했다.

이번에는 삼성과 SK하이닉스에서는 2-ME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소규모 업체 하나의 샘플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검사 자료는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Bloomberg Businessweek와 공유됐다)

SK하이닉스는 논평을 거부했고 삼성은 2011년까지는 자사 제품에서 EGEs가 완전히 퇴출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벤 서 (Ben Suh) 삼성전자 부사장은 내부 기록이라 공개할 수는 없지만 EGEs로부터 이행은 그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공급사들이 화학물질 배합을 1990년대 중반에 변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 자사 공장에서 2009년 2-ME가 검출된 결과를 인지했지만 내부에서 검증하거나 그 실험을 되풀이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삼성전자는 임신과 모권을 위한 엄격한 작업장 정책을 갖추었고 임신부를 위한 특별 보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임신부에게는 화학물질을 다루거나 야간근무 또는 초과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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