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가 뭔가요?" 게임업계 노동환경 규제 필요
"칼퇴가 뭔가요?" 게임업계 노동환경 규제 필요
  • By 김미례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2.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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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reeqration

게임업계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열악한 업무 환경은 고질적인 병폐로 공공연히 알려져 왔다. 특히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1위 넷마블에서 직원의 돌연사 및 자살 등 잇단 비보가 터져 나오며 이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되었다.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은 야근과 주당 60시간 이상의 중노동이 과로사나 자살 요인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초장시간 노동이 게임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게임개발자들이 잇달아 과로사·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초장시간 노동이 이러한 요인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개발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게임업계 근로자는 2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근로자가 26.1%에 달하며, 64.1%의 근로자는 본인의 노동시간을 기록하지만 열람할 수 없거나 또는 기록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노동자의 임금과 근속기간은 점점 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IT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11년 1만963원에서 15년 8천326원으로 급감했고, 근속 기간 또한 평균 2년에서 1.8년으로 줄어들었다. 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율은 9%에서 3.4%로 급감했다.

이처럼 열악한 업계의 노동환경은 대형 공급사로 인해 중소 개발사들이 하청화 되고 있는 게임시장의 구조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급사와의 관계에서 사실상 을에 놓인 중소 개발사들은 성공적 마케팅을 위해 공급사의 지시 및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게임 환경이 급변하면서 개발주기가 예전보다 짧아지고, 기술변화 속도에 맞춰 개발자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개발자가 부품화 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은 “게임 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게임 개발주기가 한층 짧아지고 심지어 몇 개월 만에 게임을 찍어내기도 한다”며 “결국 게임 개발사는 야근에 밤샘이 반복되는 소위 ‘크런치 모드’의 빈도가 더욱 잦아지면서 노동자의 부품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은 정부의 적극인 감독과 게임업계에 특화된​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직접 게임업계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게임백서에 포함시켜 지속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착취’ ‘노동잔혹사’ 등 근무환경을 지칭하는 각종 불명예를 벗어던지기 위한 업계 내 자성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때 ‘구로의 등대’로 불렸던 넷마블은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본격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도입, 지난 13일부터 시행했다.

게임회사로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야근을 금지한 이 개선안은 이외에도 ▲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 도입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 ▲ 건강검진제 도입 ▲게임 심야 업데이트 폐지 ▲인력 충원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넷마블은 개선안 정착 및 지속적인 시행을 위해 매월 각 사의 현황을 공유 점검하고, 시행 한 달 후에는 개선 사례 및 문제점을 점검하는 전사 리더 대상 워크샵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일정지연 등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일하는 문화 개선안이 잘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우수인재 영입, 업무 분산, 직원 만족도 제고 등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의지와 실행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건강한 넷마블을 만들어 한층 더 성숙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근로 개선안으로 실험대에 오른 넷마블이 게임업계에 만연한 초고강도 노동 및 열악한 임금 체계 풍토를 쇄신하는 데 앞장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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