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트럼프 당선에 웃지만... 총기사고 급증 어쩌나
풍산그룹, 트럼프 당선에 웃지만... 총기사고 급증 어쩌나
  • By 이준성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12.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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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이 생산하는 탄약의 종류들/ 풍산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9일 오후,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뿐만 아니라 시장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금융시장상황점검회의 등을 열고 ‘트럼프 쇼크’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은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 등 미국 유력매체들이 클린턴의 당선을 ‘확실시’한 만큼 정부의 충격은 컸다.

국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우리국민들은 미 대선 후보중 누구를 지지했을까. ‘갤럽 인터내셔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국인은 3%에 불과했다.

지난 8월 16~18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다고 가정할 때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82%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다른 나라 사정은 어땠을까. 전세계 4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러시아인들이 유일하게 트럼프(33%)를 클린턴(10%)보다 지지했다. 중국인들의 44%가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53%를 기록한 힐러리에는 뒤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낮을수록, 시장경제보다 계획경제를 구사하는 국가일수록 트럼프 지지율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는 초비상이 걸쳤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선언하자 수출기업들이 발을 굴러야 했다. 때아닌 트럼프 인맥 찾기를 통해 미국의 새 정부에 줄을 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코트라(KOTRA)는 한국의 주력업종인 IT 자동차 석유화학 항공해운 철강산업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트라는 그러나 방위산업은 ‘맑음’으로 전망했는데, 트럼프 당선으로 각국의 방위비가 증대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당선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져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을 비롯해 미국의 라이벌인 G2 중국과 전통의 라이벌, 러시아가 군비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내 수혜기업은 어디일까. 일반인들에게는 “풍산~ 동파이프~”라는 CM송으로 익숙한 풍산그룹은 국내 최초,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다. 파이프를 만드는 회사 같지만, 동전과 탄약제조가 주력인데,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등의 확대로 동전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탄약 등 무기제조 분야에서 돌파구를 모색중이다.

<>탄약, 안 만드는 것 빼고 다 만든다

풍산은 대공포탄, 박격포탄, 곡사포탄, 전차포탄, 무반동총탄, 함포탄, 항공탄 등 다양한 종류와 구경의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탄약 종류로는 못 만드는 것 빼고 전부 만든다. 나아가 이중목적탄약 등 신형탄약의 개발과 재래식 탄약의 성능개량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이런 까닭에 미국 대선으로 풍산그룹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야 했다. 힐러리는 ‘총기 규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반면, 트럼프는 수정헌법상의 권리라며 민간인의 무기소지를 지지했다.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자 미국 내 총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기전에 총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구매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트럼프 당선으로 풍산의 방위산업에 청신호가 켜진 것.

류진 풍산그룹 회장. 트럼프 당선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풍산그룹 홈페이지 캡처

<>수입된 탄약, 軍 아닌 민수용 '불편한 진실'

총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탄약 수입량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국제무역정보업체 판지바(Panjiv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월 미국의 탄약 수입량은 전년대비 200% 증가했다.

판지바는 2,865톤의 실탄이 지난달에 수입돼 지난 12개월 동안 총 1만7,850 톤의 수입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수입량 증가는 군(軍)이 아닌 전량 민간 바이어들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의 탄약 수입량은 증가 추세인 총기 판매량과 맞물려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이번 통계는 탄약 수입량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판지바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입산업에서 이 같은 급증세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며 “이는 미국내 탄약 제조업체 공급량만으로는 구매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국은 탄약을 어디에서 가장 많이 수입할까. 바로 한국이다. 판지바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탄약은 풍산그룹이 제조한 것이 가장 많았다. 풍산이 생산한 각종 탄약들이 민간이 총기 소지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이탈리아의 피오치 뮤니지오니(Fiocchi Munizioni), 세르비아의 프르비 파르티잔(Prvi Partizan)이 잇고 있다. 풍산그룹의 탄약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탑쓰(Topth)가 수입, 미국 내에 유통중이다.

스미스 & 웨슨(Smith & Wesson)이나 스텀 루거(Sturm Ruger) 등 미국 총기 제조업체들은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두 자리 수의 판매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총기 사고로 아동, 이틀 걸러 1명 사망... 군사정권와 끈끈한 인연

풍산그룹은 그러나 이같은 미국 내 총기 판매량 급증 현상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다름아닌 급증하는 총기 사고 때문.

“美학교 총기사고 '1년 1건'→'1주일 1건' 이상으로 급증”, “美헤로인으로 숨진 사람, 총기사고 사망자 앞질러”, “상반기 미국서 총기 사고로 사망한 아동 ‘이틀 걸러 1명’” 등의 기사는 풍산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쟁 나야 흥하는 기업'이라는 오명도 불사해야 할 지경이다.

고 류찬우 회장이 5공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풍산그룹은 군사정권과 인연이 남다르다. 창업자인 고 류찬우 회장의 첫째 아들, 그러니까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형은 1982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와 결혼했다가 6개월만에 이혼했다. 이혼 사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첫째 아들은 근령 씨와의 이혼으로 창업자의 눈밖에 났고, 둘째 아들이자 막내인 류진 회장이 가업을 승계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풍산그룹은, 역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도 공을 들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류찬우 회장에게 “군부에는 5년간 34억500만원을 갖다 주면서 풍산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에게는 4000 주느냐, 8000 주느냐 그런걸로 싸워야 겠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풍산은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가 결혼할 때 대통령의 ‘축의금 사절’ 지시를 어기고 재용 씨의 외할아버지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1987년,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일이다. 풍산그룹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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